짧고 굵게 일 년 안에 소설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하루를 글쓰기로 시작한다. 글쓰기는 엄격함과 꾸준함이 요구되는 힘겨운 작업이다. 글을 쓰려는 의지와 글을 쓰는 습관은 원칙의 출발점일 뿐이지만 매일 글을 씀으로써 얻는 보상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무의식적 활동이다. 소설은 당신의 머리(또는 의식 세계)보다 크다는 말이다. 글을 쓰는 동안 당신이 불러내는 연결, 분위기, 비유, 경험은 당신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다. 매일 글을 써야만 이 무의식의 공간에 도달할 수 있다. 꼭 새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이미 쓴 글을 고치거나 다시 읽어봐도 되고, 그저 페이지를 앞뒤로 훑어보기만 해도 된다.
작가가 되려면 글쓰기를 하루 일과로 습관해해야 한다. 노트나 모니터 앞에 앉아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적어도 한 시간 반은 넘어야 한다.
처음 쓴 글은 단지 초고일 뿐이다. 초고는 불완전하다.
전체 개요를 가지고 자리에 앉아 글로 쓰기 시작한다. 첫 문장을 쓴 뒤 게속 써나간다. 계획한 대로 글이 착착 진행될 때도 있고, 옆길로 새서 처음 구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당신이 할 일은 오로지 올해 당신만의 소설을 쓰는 것이다.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작품은 끝마쳐야 한다.
당신이 정한 스케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루에 정한 양만큼은 무조건 써라. 200자 원고지로 10~20매쯤 될것이다. 이미 쓴 글을 붙잡고 써림하지 마라. 어제 쓴 글은 대충 훑어보기만 하라. 오늘 쓸 글의 방향을 잡을 정도면 된다. 그리고 나서 이어 쓴다.
소설은 끝내기도 어렵다. 처음부터 쭉 써온 스토리가 나중에 가서 앞뒤가 딱딱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결말을 내기 위해 퇴고를 하는 데만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의문이 생기면 그 부분에 빨간색으로 물음표를 해놓고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 된다. 나는 보통 마지막 초고를 끝낼 즈음에 자료 조사를 한다. '책을 다 썼구나' 싶을 때이고, 창작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걱정에 뺏기는 일이 없을 때다.
퇴고야 말로 사실상 진짜 작품을 시작하는 지점이며,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초고가 쓰고 싶은 이야기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면 퇴고는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다.
억누르지 않고 무의식적인 글감을 열심히 다루며 매일 글을 쓰는 동안 당신의 의식 위로 떠오른 그림자다. 당신의 의식 반대편에는 생각, 아이디어, 감정 등 오랫동안 잊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 보물들은 당신이 방금 완성한 초고 곳곳에 흩어져 있다.
초고를 다듬는 과정은 9개월로 잡는다.
- 스토리가 흥미로운가?
-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는가?
-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의미가 밝혀지는 패턴(플롯)을 제대로 구성했는가?
- 주요 인물들에게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는가?
- 소설에 영혼이 담겨 있는가?
- 표현이 서툴고 엉망일지라도 독자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 무엇에 관한 소설인가?
- 인물들을 어떻게 엮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 이 모든 작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세부 묘사는 스토리 전개나 플롯, 인물의 발전이나 장면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소설을 쓸 때 항상 말을 줄이려고 노력하자. 그 단어가 필요한가? 그 문장, 그 단락, 그 챕터가 필요한가?
당신이 쓴 소설을 녹음하는 작업은 두 번 세 번 강조하고 싶을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소설쓰기 40주째 들어섰을 것이다.지금까지 작업한 과정을 재검토하고 고민해볼 시기다. 녹음하기는 작품의 가치와 음악성을 시험해볼 최적의 방법이다.
시는 모든 글쓰기의 원천이다. 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시 쓰기를 훈련하지 않으면 작가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은 크게 줄어든다.
랠프 앨리슨, 솔 벨로, 토니 모리슨, 허먼 멜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