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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당/작가의 작법서

김탁환의 <천년습작> 요약

by 질보다 양 2025. 10. 23.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즐기고 있거나 고뇌하고 있을 때뿐이네. 따라서 고뇌와 기쁨을 통해서만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되네." -괴테와의 대화

괴테는 단 한 가지 예술을 연마했는데, 그것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일이었다. 15쪽

자신을 억제하고 고립시키는 일이 궁극적으로 가장 큰 예술이지. - 괴테와이ㅡ 대화

저는 제가 읽은 책들이, 또 그 책들을 질투하며 베껴 쓴 시간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강의를 위해 다시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 손바닥으로 쓸어보았습니다. 삐뚤삐둘 그어놓은 많은 밑줄이 제 가슴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이 밑줄들이 만든 긴 흐름의 끝에 제가 서 있는 것이겠지요. 작가란 이렇듯 항상 밑줄 긋는 자이면서 밑줄 긋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는 족속일 겁니다. 16-17쪽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우리에게서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앗아가버린다. 매혹은 고독의 시선이다. 매혹당한 자는 누구나 현실적인 물체나 현실적인 모습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보는 것은 현실의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매혹이라는 불확실한 공간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프카. 그는 글쓰기가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가를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밤을 새워 글을 쓰면서도 어떤 '불안'에 늘 휩싸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에 필적할 만큼 제대로 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20세기 초 프라하나 21세기 초 서울과 대전에서 제 강의를 듣고 있는 문청들이 똑같이 품는 불안이지요. 26쪽

이후로 카프카는 자기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앎은 앎이라고 할 수 없다. 글을 쓸 수 있다는 능력은 그의 것이 아니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카프카는 자신이 쓴 글 앞에서 자기가 진정 글을 쓰고 있다는 증거를 절대로 발견하지 못한다. 28쪽

카프카는 자신이 쓴 '선고'를 수작이라고 생각했고, '변신'을 쓴 후에는 자신의 재능 없음에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문단의 평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글쓰기의 매혹과 글읽기의 매혹이 다른 까닭일 테지요. 카프카는 '선고'를 쓰며 매혹되었고, 독자들은 '변신'을 읽으며 매혹당했으니까요. 1915년까지 '일기'는 절망적인 생각으로 점철되어 있다. 거기에는 자살이라는 생각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자기 시간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시간이란 육체적인 힘, 고독, 침묵을 말한다. 틀림없이 외부적 상황이 그에게 불리했을 터이고, 그래서 저녁이나 밤에 일했을 것이다. 그래서 잠을 설치고 불안이 그를 지치게 했을 것이다. "일을 좀 더 잘 조직했더라면" 갈등이 사라졌을 수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이미 글을 읽는 눈은 높아졌는데 손은 여전히 무뎠습니다. 작가들은 갈망합니다. 매 작품을 쓸 때마다 쓰는 내내 매혹되기를. 33쪽

작가는 무엇을 기억하려고 일기를 쓰는 것일까? 작가는 자기 자신을 기억해야 한다. 글을 쓰지 않을 때, 일상생활을 할 때, 죽어가며 진실을 잃을 때가 아니라 살아 진실할 때, 자기가 누구인가를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 문학의 공간

공부는 만남이다. <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한 나날들>을  쓴 안나의 글 역시 어떤 도스또예프스끼에 관한 평전보다 아름답고 날카롭고 깊습니다. 육체적 고통과 창작의 고통을 토로하는 소설가 곁에 그림자처럼 머무는 것이 어디 쉬운가. 39쪽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말을 상상하는 것이 예술가를 '아는' 중요한 방식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과학철학자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칩거하며 벽난로 불을 피워놓고 하염없이 시를 읽고 읽고 또 읽다가 정리하고 또 시를 읽고 읽고 또 읽다가 정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책을 쓰기 전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하고 싶었떤 유일한 일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좁은 책상의 오른편에는 작은 메모용 수첩이 있었다. 그곳에 그는 뒤의 장들을 위한 착상과 생각들을 기록해두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따. 책도, 명령도,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들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은 발자크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내면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 발자크 평전

발자크의 기억력. 소솔 속 인물들은 다른 소설에서도 최초의 성격을 유지합니다.  발자크는 완전한 고독에 잠기는 밤 시간에 글을 썼다. 

예술가는 작품과 함께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만들지요. 작업 중인, 그러니까 쓰고 있는 일에 매혹된 작가는 쓰고 있지 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무조건 아침에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침에 글을 안 쓰면 종일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일종의 결벽이지요. 예술가는 집착이 심합니다. 글을 쓸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잉'이 중요합니다. 발자크의 경우, 파리 시내에 앉아서도 행인들을 보며 등장인물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58쪽

집필!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입니까. 하루에 8시간을 집필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작가에게 더 축복된 생활은 없을 겁니다. 60쪽

발자크의 퇴고는 끝이 없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지치지 않는 글 노동자 발자크는 그 퇴고분들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이 끔찍한 페이지들 위에서 난는 나의 밤들을 보냈습니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

작품이 끝나면 엄청난 공허감이 밀려드빈다. 이 공허감을 없애기 위해 헤밍웨이의 경우에는 여자를 바꾸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을 했습니다. 

의사나 정치인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 빵 굽는 타자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장에 묶여 있는 생활은 생각만 해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취직해서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젋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원치도 안ㅇㅎ는 필요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 빵 굽는 타자기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는 머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손입니다. 발자크처럼 손으로 쉴 새 없이 집필하는 것, 과잉으로 소설 세계에 빠지는 것만이 뛰어난 소설가가 되는 길입니다. 67쪽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와 문장에 굉장한 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내가 왜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되짚고 고민한 후 창조합니다. 작가에게는 언어가 곧 수단이자 의미입니다. 69쪽

눈으로는 좋은 작품인지 평가할 수는 있지만 정작 손으로 그런 작품을 쓰지는 못하지요. 소설을 '노동'이라 믿습니다. 소설이 유희라면, 기분 좋을 때만 즐기고 기분 나쁠 때는 하기 싫을 때 하지 않아도 되는 놀이라면 소설에 헌신할 까닭이 없겠지요.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예술을 노동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유희로 볼 것인가. 전문가에게 있어서 예술은 노동이고, 아마추어나 감상자에게 있어서 예술은 유희입니다.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땀방울입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하염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투여하는 겁니다. 예술가는 육체노동자이자 정신노동자입니다. 작가의 방이 있습니다. 그 방은 작가 외엔 출입을 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요. 작가는 그 방에서 혼자 일합니다. 71-73쪽

예술은 하나의 자세이지요. 자세는 정신과 육체가 집중되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입니다. 릴케는 로댕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그 무엇인가를 배웠다. 

소설가에게 어떤 것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영감이란 없다, 영감이 아니라 작업이 있을 뿐. <릴케의 로댕>

난 글을 쓸 때 내가 단어가 아닌, 사물을 본다고 생각합ㄴ디ㅏ. -<칼 같은 글쓰기>

사랑, 부끄러움, 증오를 객관화시켜 정확히 쓰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을 걸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155쪽

어떤 인물의 삶이 결절점이 너무 많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때, 그 인물은 소설의 주인공으로 어울립니다. 소설을 쓰면서 작가는 그 삶을 살고 느끼고 이해하게 됩니다. 163쪽

이야기를 완성할 때까지 내내 '구상 노트'를 들고 다닙니다. 어디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할 때는 우선 '구상 노트'(그리고 몇몇 노트들 '캐릭터 노트''배경 노트''설정 노트' 등)를 꺼내놓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작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초고 집필에 들어가는 자입니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184쪽 

누군가 제가 지은 부족한, 만 원도 안 되는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작가가 혼신을 다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근간이겠지요. 일찍이 맹자도 논어를 읽고 기뻐 춤추지 않으면 논어를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252쪽


[작가 소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 가르침. 1996 장편소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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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이븐 바투타 여행기, 동방견문록, 원미동 사람들, 발자크 평전,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아니 에르노,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릴케의 로댕, 괴테와의 대화. 새로운 인생. 불멸. 문학의 공간. 카프카 전집. 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한 나날들. 공기와 꿈. 젊은 시인들의 상상 세계. 말들의 풍경. 빵 굽는 타자기. 달의 궁전.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말테의 수기. 춘향전.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파리의 우울.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집착. 아버지의 자리. 나, 제왕의 생애. 이스탄불. 연암집. 한국 건국신화의 실상과 이해. 금오신화. 둘리틀 선생 항해기. 고리오 영감. 죄와 벌. 나는 너다. 타오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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