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정은궐, 파란미디어, 2016)
역사 로맨스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 홍천기 인물이 참 재미있다.
남자들 틈에 자라서 강하고 억세다. 호랑이를 보려고 몸에 똥을 무치고 외모에는 일도 관심 없다.
아버지의 천부적 재능을 물려받아 백유화원의 가장 뛰어난 화쟁이다.
아버지처럼 자신도 미칠까 봐 불안하다. 자신을 못 알아보는 아버지가 밉다.
아버지의 그림 한 장도 없다는 것도 이상하다.
어렸을 때 자신을 괴롭힌 개놈, 개똥과 라이벌이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다.
갑자기 하늘에서 웬 남자가 떨어져서 운명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아니라 나무였지만)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자 주의. 무조건 하람을 향해 돌직구 직진이다.
하람 앞에서만 천상 여자이기 싶은 발랄하고 멋진 여성.
하람을 만나면서 아버지에 대한 오해도 풀고, 경복궁에도 들어간다. (오로지 하람을 보기 위해 품계를 얻는다.)
자신이 하람의 눈을 가져간 것을 알고 괴로워하지만 하람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평생 같이 있기로 한다.
홍천기 뿐만 아니라 안평대군 이용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그림에 탁월한 안목을 갖췄다. 거의 천기의 남자 버전 하지만 신분 때문에 더 막무가내다.
며칠씩 좋은 그림이 있으면 앞에서 꼼짝 않고 식음을 전폐한다.
그림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없다.(그림을 그리는 화가 정도)
권력 욕심이 없고 오로지 그림 욕심만 있다. 심지어 화마와도 친구를 맺는다.
천기를 좋아하지만, 천기의 마음을 알기에 내색하진 않는다.
탄탄한 고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고, 천신의 존재가 인간을 지키는 존재라는 설정이 좋다. 비록 '마'라는 것도 존재하지만, 이도 인간의 욕망에 기생하는 것이니...
순수한 두 주인공의 이쁜 마음에 푹 빠져 읽었다.
오랜만에 단번에 읽어 내려갔다.
무엇보다 정은궐의 소설에는 악인은 없다. 모두 사랑스럽고 아끼고 싶은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