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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당/서평

[서평] 외롭고 고독한 소년의 일기 <호밀밭의 파수꾼>

by 나답게글쓰기 2022. 9. 4.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은 1951년에 발표한 성장 소설이다. 시카고대학의 제임스 밀러 교수는 “1920년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작가도 샐린저만큼 대중적, 비평적 관심을 끌었던 작가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성인 대상으로 썼지만 오히려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전 세계적으로 7천만 부가 팔렸지만 비속어와 주인공의 방탕한 행동 때문에 1961년부터 1982년까지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도서관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명문 사립학교를 다니는 나(홀든 콜필드)는 다섯 과목 중 네 과목에서 낙제를 받아 퇴학당한다. 홀든은 퇴학을 통고하는 편지가 부모님께 도착하기 전까지 뉴욕 거리를 배회하기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학교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기차를 타고 뉴욕에 도착했지만 갈 곳이 없었던 홀든은 호텔에 머문다. 달리 할 일이 없던 홀든은 클럽에 가서 술 마시고 춤추고 호텔로 돌아와 엘리베이터 보이로부터 성매매 제안을 받아들이고 돈 문제로 엘리베이터 보이에게 두들겨 맞는다. 다음날 외로움을 느낀 홀든은 알고 지낸 샐리에게 연락해 데이트를 한다. 홀든은 데이트도 엉망으로 끝나고 우울해지자 유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동생 피비를 찾아간다. 다시 집을 나와 배회하지만 피비의 설득으로 3일간의 가출이 막을 내린다.

J.D. 샐린저(1919-2020)는 은둔자로 유명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과 샐린저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샐린저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성적이 나빠 퇴학당한다. 작가는 책 표지에 자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가는 것에 극도로 반대했으며 자신의 책을 영화화하는 것도 싫어했다. 1965년 이후 샐린저는 더 이상 책을 출간하지 않았지만 글쓰기는 계속했고 2008년 샐린저 문학신탁을 만들어 그의 글의“제반 권리, 제목, 저작권 관련 이익”을 위탁했다. 신탁은 1965년 이후 샐린저가 쓴 일부 작품의 출판 시기를 지정했다.

“내 주위에는 온통 얼간이들뿐이었다.”(p.117)

홀든은 속물주의와 타락한 세상 한가운데 섬처럼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학교 왕따였던 아이의 자살, 사랑한 동생 앨리의 죽음, 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과 불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17세 소년의 시선으로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한 소년의 사고의 흐름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한 독자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홀든에게 동생 피비가 뭐가 되고 싶냐고 묻자 갑자기 홀든은 호밀밭을 걸어오는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한다. 홀든이 파수꾼을 자처한 것은 아무도 자신에게 그런 역할하지 못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서운함, 배신감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한 소년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추악한 세상에 대한 조롱, 내면의 불행 등을 읽으면 공감하고 위로받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책에서처럼 피비와 같이 자신을 아끼고 공감해주는 존재가 없다면 어떤 독자는 더 불행하고 반항심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 책을 읽고 잘못된 선택을 한 사례들이 발생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80년 존 레논을 살해한 마크 채프먼의 애독서였고. 이 소설에 집착한 존 힌클리 주니어는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했다. 스토커인 로버트 바르도는 1989년 영화배우 레베카 셰퍼를 살해했을 때 이 소설을 지니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부조리하고 추악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 있을 뿐 이를 이해하고 자신을 지키며 함께 살려는 통찰력은 부족하다. 허위와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홀든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존재는 동생 피비다. 하지만 피비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다. 홀든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우리는 홀든이 커서 외딴섬과 같이 은둔해서 사는 샐린저로 크지 않을까라고 의심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샐린저는 글쓰기로 자신을 치유했지만 결국 세상과 단절해서 살았다.

작가 샐린저에 대해 궁금하거나 세상의 위선과 허위에 환멸을 느끼는 17세 소년의 마음이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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