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꿀 시나리오를 써라. 그것을 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당신의 인생은 바뀌었을 것이다. (윌리엄 에이커스 <시나리오 이렇게 쓰지 마라!>)
가장 힘이 되는 부분이었다.
작가는 10년 무명 작가로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1948, 런던>이라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오나성하자 인생이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잘나가는 자가가가 계속 쓰는 건 쉽지만, 못 나가는 작가가 계속 쓰는 게 진짜 대단하다고 한다.
책이 나온 2020년, 김호연 작가는 작가 생활을 한 지 20년을 맞이했다. 소설가가 된 지는 7년, 세 권의 장편 소설을 쓰고 영화 크레딧 하나를 얻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 2015년 <연적> 2017년 <고스트라이더즈> 2019년 <파우스트>를 썼다. 본업은 시나리오 작가로 생계를 해결했다. 결국 꾸준히 글을 쓴 작가는 2021년 <불편한 편의점>이 70만 부가 팔리면서 김호연 작가는 생계형 작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2001년 작가의 첫 직장은 영화사였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보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중간첩>을 함께 작업하고 2002년 습작지옥에 들어간다. 세 편의 시나리오를 '말아먹었다.'
2003년 생계를 위해 출판사에 취직했고 4년(만화팀, 소설팀)을 다녔다. 2005년에는 만화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천만 원을 받았다. 2006년 12월 부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동인천에 자리 잡았고 지인과 <명감독 백대일><조선흡혈잔혹사>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글노동자로 살았다. (윤문 작업, 교정 교율, 시나리오 컨텐츠개발 일을 했다.) 2년 후 2008년 다시 출판사에 취직했고 안정적 수입이 들어오니 다시 작가병이 도졌다. 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전업작가에 도전한다. 루틴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독서에 심혈을 기울이고 시 작업실을 얻었다. 2009년 김용화 감독님 작가팀이 되어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 생존기 시즌 2를 살아가게 된다. 이 시절 친구의 식당에서 저녁 알바를 하며 생계에 보탬이 된다. 작가팀에 활동하면서 각종 공모전에 쉬지 않고 지원한다.
글쓰기는 글씨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생활에 닿아 있고 사람에 닿아 있다. 글쓰기를 안정시킬 생활이 필요하고 글쓰기를 안정시키는 걸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122쪽)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2011년 완성한다. 2012년 강제규 감독 작가팀에서 함께 일한 백 작가와 공동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한다. <경성의 주먹>을 영진위 기획개발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영화인 레지던스 제공 사업에도 선정되어 3개월간 전락북도 순창 지역에서 숙식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나리오는 2015년 한 영화사에 팔렸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를 세계문학성 공고에 지원했고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은 1억 원이 주어지지만 우수상은 출판의 기회만 주어진다. 마흔에 드디어 등단을 한 셈이다. 작가는 만약 그때 상을 수락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한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영화 판권이 팔려 목돈을 벌 수 있었고 연극으로도 매년 무대에 올려졌다. 2019년 <망원동 브라더스>는 10쇄를 찍었다. 하지만 첫 책으로 작가의 경제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초판 인세가 수입의 전부였고 출간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른일이었다.
적어도 소설 한 권을 안정적으로 쓰려면 최소 1년은 먹고살 걱정이 없어야 한다. 이때부터 작가는 전국의 문학관(증평 21세기문학관, 제주도 호텔프린스 제주집필실, 카이스트 레지던스 엔드리스 로드 등)을 돌아다니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작가는 이경규 대표(연예인!)를 만나 판권 계약을 하게 된다. 2015년부터는 매일 A4 용지 3장씩 매일 쓴다. 하지만 그 결과 허리디스크, 목디스크에 걸리게 된다. 2016년에는 카카오페이지에서 <고스트라이터즈>를 플랫폼에 연재한다.
작가는 공모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모전은 상금 혹은 지원금이 있고 이것을 온전히 글쓰기의 시간을 버는 데 사용한다면 계속 작품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글쓰기의 자신감을 높이고 공모전 당선이 주요 경력으로 인정 받는 경우는 명예와도 직결된다. 그리고 공모전에 응모하면 할수록 타석이 늘어난다. 최소 일주일 전에 작품과 떨어져 있고 사흘 남기고 마무리하라고 조언한다. 공모전에 제출하면 바로 다음 작품에 몰두해야한다. 그래야 떨어진 작품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덜 수 있다. 당선 뒤 오랜 습작 생활보다 오랜 습작 뒤 다선이 되는 게 길게 보아 유리하다. 결국 자신의 작품을 믿고 계속 응모하라고 한다. 공모전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 하나를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힘이 들고 고단할 일이기 때문에 마감을 통해 마감력을 얻을 수 있고, 평가를 통해 분석력을 얻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김호연 작가는 20년 작가 생활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작가가 꿈인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