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크레인 이야기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크레인이 있었다.
하재영의 <운동화 신은 우탄이>에서 처음 크레인 이야기를 접했다. 2000년 가을,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와 선아 사이에서 크레인이 태어났다. 태백이와 선아는 남매였다. 근친교배로 태어났기 때문에 크레인은 유전 결함이 있었다. 크레인은 백내장으로 고생했고 부정교합과 뻐드렁니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안면 기행으로 죽을 때까지 침을 흘리며 살았다. 크레인은 사육사 손에 자랐고 어린 시절은 서울대공원의 스타였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자 크레인은 외면을 받았고 강원도 원주에 있는 '치악산 드림랜드'에 보내졌다.
드림랜드는 망하기 직전이었고 30여 종의 200여 마리 동물들은 우울증에 걸려 이상행동이 보였다. 이를 정형 행동이라고 한다.
오직 한 명의 사육사만 남아 이들을 겨우 돌보고 있었다. 2012년 동물원 관련 법안이 우리 나라에 없었다. 그나마 크레인의 고향은 서울대공원이었기 때문에 크레인을 다시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자는 시민들의 탄원이 있었다. 2017년 크레인은 외롭게 서울대공원 독방에서 죽었다. 크레인 덕분에 2016년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생겼다. 크레인의 이름 앞에는 '법을 만든 호랑이', '세상을 바꾼 호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법이 생기기 전에 동물원을 운영하려는 사람은 해당 업종을 공원이나 박물관으로 신고했다. 설립하는 데 조건과 제한이 전혀 없었다. 크레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 법이 만들어졌지만 문제가 많다. 동물원 서립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이기 때문이다. 허가제여야만 정부가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를 제한하고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다.
동물원 동물은 본능을 포기한 채 좁은 공간에 갇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절망감 때문에 새끼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랑우탄 '숲의 사람' 우탄이 이야기
우탄이는 주주동물원(경기도 고양시)의 스타였다.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쇼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우탄이가 무대나 방송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오랑우탄은 '비인간 인격체'로 생물학적으로 97% 인간과 일치한다. 오랑우탄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타자를 구분할 수 있다. 아마도 오우탄이는 어느 순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쇼를 거부했으리라. 가령 우탄이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걸어다녀야 했다. 2012년 6월 8일 우탄이는 악성 림프 육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주주동물원은 우탄이를 대신한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를 사았다. 2012년 부산에 있는 동물원에서 수컷 오랑우탄 복돌이를 6천 만원에 사들였다. 이유는 복돌이와 오랑이를 교배시켜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서다. 2015년 12월에 오랑이와 복돌이 사이에서 새끼 '쥬랑이'가 태어났다.
종 보존 때문에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멸종 위기 종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번식하는 역할을 동물원들이 내세운다. 그럴려면 엄격히 근친교배를 막아야 한다. 유전학과 계통분류학에 따라 '아종'을 분류해서 교배해야 하고 기록 관리와 혈통등록부도 있어야 종 보존이 가능하다. '아종'이란 '종'의 아래 단계다. 예를 들어 호랑이의 아종에는 8개 집단이 있다. 자바 호랑이, 발리 호랑이, 카스피언 호랑이는 멸종되었고 남은 종은 시베리아 호랑이, 수마트라 호랑이, 벵골 호랑이, 아모이 호랑이, 발레이 호랑이만 남았다. 오랑우탄에는 보르네오 오랑우탄과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있다. 보르네오 우랑우탄 안에는 세 개의 아종이 있다. 아종이 섞이면 종 보존의 가치가 없다. 대다수의 한국 동물원은 종 보존이 아니라 전시할 동물을 얻기 위해 교배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우탄이를 보며 얼마 전에 본 책과 영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이 생각났다. 실화를 바탕을 둔 이 이야기는 실버백 고릴라 아이반이 서커스에서 동물원으로 옮겨가는 내용이다. 1962년 밀렵꾼으로부터 목숨을 건진 아이반이 미국의 한 가족과 살다가 몸집이 커지자 쇼핑몰로 팔려간다. 쇼핑몰의 명물이 되어 27년을 서커스에서 쇼를 하며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1994년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반을 서커스에서 옮겨달라 시위하자아이반은 애틀랜타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을 단순히 전시 목적으로 여기는 동물원은 방문해서는 안 된다. 동물원은 보존, 연구, 교육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동물들도 본래 살던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야 하고 시멘트나 좁은 우리에서 사는 걸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 가령 북극곰이나 펭귄등을 굳이 우리 나라에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에버랜드에전시되었던 북극곰 '통키'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흰 털이 녹색으로 변했다. 이유는 뜨겁고 습한 기후 때문에 털 안쪽에 녹조류가 자라면서 녹조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북극곰의 신체 구조상 체온 과다 증상을 겪은 것이다.
참고: 하재영, <운동화 신은 우탄이> (우리학교), <작별> (다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캐서린 애플게이트 (다른)